이사카 코타로, <모던타임스>
이사카 코타로를 죽이고 싶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울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책장을 넘겼다.
파랗게, 얇게, 불투명하게 파스락거리면서 내 안에 남아있던 <마왕>을, 나의 안도를 이런 식으로 눈앞에 끄집어 들이밀지 말아줘. 더 이상 이런 거 쓰지 마세요. 부탁이야. <마왕>의 오픈엔딩은 조금 부족한듯하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어서, 쥰야가 뭘 할 수 있었을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지, 그런 것들을 상상하며 마음속 깊이 숨겨둔 보물처럼 여겨왔는데 <모던타임스>는 <마왕>까지 무참하게 끌어내렸다.
당신이 말하고 싶은게 대체 뭔데!하고 짤짤 흔들고 싶은 이번 작품.
<골든슬럼버>를 보면서도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래도 조금쯤은 이사카 코타로 함유량을 찾아냈건만, 그와 이어진다는 이번 작품에서 이어지는 문제의 테마라는게ㅡ 결국 모든게 거대한 시스템 문제다? 모든 사람은 결국 부품이다? 지금 장난하나? 난 너무너무 화가 나서 이 사람 책을 계속 봐야 하나 회의감까지 든다. 사람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럼 그렇게 반짝반짝 빛났던 그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찡~한 장면들은 다 뭔데.
난 이사카 코타로 작품 속의 사람들이 좋았다. 악역이든 범죄자든간에 상관없이 빛나고, 그 빛남이 한데 얽혀 거미줄처럼 네트워크 고속망처럼 질주하는게 따뜻하고 시원하고 막막하고 좋았다. 작가 자신이 쓰고 싶고 전하고 싶은 건 실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화인처럼 찍혀오는 메세지가 있었기에.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회파 소설이면, 정통 사회파 소설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바삭바삭하는 포장지소리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이런식으로 차갑게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은 슬프고 더럽다.

결국은 방어기제(※영화에서 끔찍한 장면은 자동으로 잊어버리는 것과 비슷한)가 발동해서, 이 <모던타임스>는 <마왕>의 후속이 아니라 평행우주 혹은 패러렐 개념의 소설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쥰야는, 이누카이는, 또 다른 세계에서 엿같은 시스템타령 없이 여전히 각자의 길을 믿으면서 싸우면서 빛나고 있을거라고.

여러가지 의미로 <모던타임스>는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굉장히 무서웠어요.
by charon | 2009/11/15 17:12 | ~불순한독서생활~ | 트랙백
<멋진징조들> : 잠깐 커플링 잡담
한창 버닝중인 옆집 누구때문에 갑자기 생각나서 쓰는거 맞습니다:)

전 사실 (리버스 기피자로서) 드물게도 AC든 CA든 별 상관 없거든요... 아니 6천년동안 호모질해놓고 이제와서 따지는 것도 웃기니까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드렁하게나마(...), CA쪽을 밀어주는 이유는 말이죠.

.......크롤리가 너무 불쌍해서.

제 안의....가 아니라 공식설정상 아지라파엘은 아무한테나 마이디어 디어보이하고 눈꼬리 접으며 빙글빙글 펄럭펄럭 웃으면서 돌아댕기는 주제에 정작 애인한테는 그야말로 멍뎅이 지나쳐 무심시크한 타입. 책 읽다가 며칠씩 연락하는거 까먹거나, 책 읽다가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데이트하다말고 책 읽으러 집으로...........orz
크롤리는 오랜만에 데이트(라고 쓰고 임무지만)하려고 신상수트도 차려입고 벤틀리에 광내고 빤짝빤짝한 얼굴로 공원에 나와서 기다리다가 오리한테 빵 이백덩이쯤 던져줬는데도 아지라파엘이 안와서 두두두두두 헌책방으로 달려가 보면 책 읽다말고 태평한 얼굴로 웃으며 반길 것만 같달까... 이런 판국에 크롤리가 수면 웬 신파 찍는 것도 아니고 속이 터져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ㅠㅠ 주위에서 보면 미끈한 몸매에 멀쩡하게 생긴 젊은총각(벤틀리를 몬다)이 어쩌다가...하고 쯧쯧하고 혀를 찰 것 같은 AC 퀄리티. 
CA라도 불쌍한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공이 밀어붙이는게 덜 비참해보이니까zzzz


+) 마담트레이시가 '당신 생각보다 나이가 있군요' 했다고 사람들이 아지라파엘을 중년으로 생각하던데 전 그게 아니라 나이가 가늠이 가지 않는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악마야 사람 유혹해야하니 새끈하게 하고 다니지만 천사니까, 그냥 별 생각없이 어떻게보면 청년같기도 하고 어떻게보면 노인 같기도 한 얼굴로 유유자적 인세를 떠돌 것 같은 느낌?(하지만 진성호모라 머릿결과 손톱손질은 신경쓴다.) 제가 중년수가 싫어서 이러는게 아니고요....... 아무튼 팬아트를 봐도 크롤리는 만국공통으로 이미지가 잡혀있는데 다들 아지라파엘은 제각각. 자기 마음속의 존재를 그리는 그거시 바로 신앙입니다 오멘.
by charon | 2009/11/11 10:41 | ~불순한독서생활~ | 트랙백 | 덧글(1)
치키타 구구 완결(8권)을 드디어 봤습니다...
그야말로 작가의 악랄함이 돋보이는 완결이었습니다. 으악.
그 와중에 8권 표지의 치키타는 너무 청순하고 라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4권에서 갑자기 주인공 빼고 조연을 전부 죽이더니 새로운 캐릭터로 싹 다 바꾸는 걸 보고 범상치 않은 만화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때의 심정이 충격과 공포였다면 지금은 그저 멍~하네요.
라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서 치키타랑 결혼한다는 완결네타를 이미 들었기 때문에 어찌됐든 해피엔딩일거라고 마음 편하게 봐야지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미묘하길래 왜저럴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저도 음... 정말 미묘합니다. 아니 잘되긴 했는데요... 다 잘되긴 했는데.... 예쁜 한지에 기름얼룩이 생겼다가 결국 전부 스며들어서 다른 색채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화에서 치키타와 라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은 연출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백년은 모두 다른 모습으로 결말을 맺었지만 그 어느것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클리프와 오르그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나름 잘 (먹고)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그래도 발란스를 꼭 죽이셔야했나요 작가님ㅠㅠ 세상에 어느 만화에서 [날 먹어도 돼] 했다고 친구를 먹는 결말이 나옵니까...orz 앞에서 애들을 두셋 낳아서 그애들이 크고 나면 날 먹어,라고 한게 정말로 복선이 될 줄은 몰랐네요ㅠㅠㅠㅠ
치키타와 라는 뭐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이 맞죠. 후반부에 라가 고민하고, 결정하고, 괴로워하는 장면을 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가슴을 쥐어뜯고 있는데 갑자기 홀랑 인간으로 다시 태어남ㄳ 이러니까 이 구렁이 담넘어가는듯한 해결책은 뭐임이러면서 좀 황당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둘은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죽을때까지 정말로 잘 지낼거예요.
니켈의 죽음 이후로 라 라므 데라르가 점점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착한애(..)가 되어가는게 저는 오히려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걸 알아버린 후엔 지금까지의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게 되니까... 반대로 그래서 클리프는 떠난거겠죠.

그리고 니켈. 아 니켈!!!!!!! 라 라므 데라르의 꿈속에서 니켈이 활짝 웃는 순간 저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쳐울었습니다ㅠㅠ 이 만화에 나오는 여자애들은 왜 이렇게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가여운걸까요;ㅁ; 파이에가 매일 꽃과 얼음을 갈아주며 크래프트의 시체를 하염없이 바라봤을 생각을 하니ㅠㅠ 새듀스만이라도 행복해져서 다행..........이라고 쓰려고 했더니 발란스 Aㅏ...... 토노님 이러셔도 되는겁니까orz

전체적으로 '인간에 대한 증오'가 너무 큰 만화라 작가분이 사람을 싫어하시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만 이분은 원체 생각없이 내키는대로 그리시는 분이라 뭐-_-;
라 라므 데라르가 귀엽단 소리에 집착하는 것도, 개그처럼 나왔지만 실은 예전에 사람들이 기피하던 흉측한 자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 그랬던게 아닌가 싶고요. 여기 나오는 애들은 아무리 악역이고 못되어도 끝까지 미워하기가 참 힘든 게 다들 세상에 상처받고 버림받아서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원흉인 담담 구구만 해도, 처음엔 사람들을 위해 시작한 '백년'인데 결국은 식인요괴들을 사랑하게 되어버리리는 가엾은 인물이고요. 파이에도 담담도 외로워서 어쩔줄 모르다가 그 외로움이 독이 됐다,는 느낌이라 어떻게 보면 클리프가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클리프도 치키타도 담담도 식인요괴들을 '처음부터 만나지 말 걸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죠. 사랑이니까요:)



덧) 이거 기본적으로 식인요괴가 나오는 이야기에, 애들 사지절단되고 피칠갑되서 기어다니고 해도 의외로 별로 무섭진 않았는데 6권인가에서 파이에가 만든 눈알()식인요괴는 정말로 무서웠습니다ㅠㅠ 눈물 날 뻔 했어요. 그 눈알의 페이즐리무늬가 징그러워 게다가 묘하게 현실적이야 아아악ㅠㅠㅠㅠ
그 다음으로 무서웠던 건 그 짝사랑하다 죽은 아가씨가 커플 몸에 자기 손톱 빽빽하게 박아서 죽인거랑........샤르본느요ㅠㅠ 몸에 독이 묻은 페인트를 칠한다는 자체가 너무 끔찍하고 무서웠어요. 귀여운 땡땡이무늬가 역설적으로 섬뜩한 느낌입니다.
by charon | 2009/11/07 11:34 | ~별★의별애니만화~ | 트랙백 | 덧글(10)